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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탄생과 죽음 사이의 그것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생이 거꾸로 간다면 어떨까?

죽음의 순간과 탄생의 순간은 어쩌면 동일한 현상일 수도 있겠다. 망각과 희미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 
죽음과 탄생 사이에 인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구체적인 막연함이겠다. 개별적인 인생은 살아낸 인생이라는 독특함으로 묘사되겠지만, 결국 죽음과 탄생으로 귀결되고 수렴한다. 그렇다면 인생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각성인가? 다름인가? 치기인가? 장난인가?
나는 여태 지금을 산다. 죽음을 향해 간다. 서서히 늙어 간다. 시작과 끝만 보면 재미없다. 다 거기서 거기다. 그 가운데에 치열함이 있고, 의미가 있다. 그래서 끝과 시작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거꾸로 산 인생에서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따뜻한 무엇이 있다. 태초의 본능 같은 것이다. 사라지는데, 고요하다. 평화롭고, 부드럽다. 창가에 서린 봄햇살 같은 무료하고 노곤한 아지랭이가 흔들린다. 

자각은 없고, 문장만 남는다.
그리고 사라진다. 간간히 소곤거림만이 울릴 뿐이다. 

" 낮에도 밤에도 그는 그저 숨을 쉬었고, 그의 위에서 부드러운 중얼거림과 소곤거림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그리고 희미하게 구분되는 냄새들, 빛과 어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에서 - 스콧 피츠제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