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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책 이야기 (36)_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이다 "


이기적 유전자

작가
리처드 도킨스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1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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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첫 번째 책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획기적인 것은 없어 다소 실망하였으나, 고유의 독설과 화려한 문체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원래 매력적이었다는 표현이 맞겠군. 

리처드 도킨스는 이슈 메이커가 될 자질이 있다. 단어의 선택에 있어 거침이 없다. 1970년대 중반. '생존 기계'라는 표현으로 인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야 만다. 인간은 결국 유전자로 대표되는 자기 복제자의 임의적인 합에 불과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모든 생명체는 자기 복제자들의 생존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고 선언했으니 어찌 논란이 없겠는가. 그는 동물학자이나 인문학자의 냄새가 강렬하다. 논조에 관한한 강력하고 거침이 없다. 그러기에 더욱 유명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이기적인' 유전자라니... 


생명을 이해해는 데 많은 힌트를 준 책이다. 

생명을 신이 만들지 않았다고 하여, 그 신비함과 존엄함이 줄어드는가? 그렇지 않다. 생명의 기원은 여전히 놀랍고, 그 진화의 과정과 현재의 모습 또한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다. 또한 생명을 우주로 확장하였을 때에도 번뜩이는 성찰을 제공한다. 


"이 지구에서 우리에게 이다지도 낯익은 개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의 어떤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명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하지만, 내 사고의 자아라는 개념은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나를 나로 인식하는 것. 이것이 근본적 생명의 단위인 자기 복제자에게 어떤 유익을 주게 되는 것일까? 사고의 진화는 생명의 진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가? 


[만들어진 신]을 읽었을 때의 그 흥분은 아직도 남아 있다. 여전히 내게 영감을 주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발초를 제공한 책이다. 이제 [확장된 표현형] 만 읽으면 대부분 그의 책은 읽게 되는 셈인데,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지쳤다. 나는 솔직히 인간적인 냄새가 그리워 진거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나이고, 나는 살아가는 데 위로를 받고 싶다는 거다. 근데, 리처드 도킨스는 여전히 냉담하다. 차갑고, 아름답다. 강력하고 매력적이나, 나는 그의 글에서 위로를 받기는 어렵다. 나 홀로 오롯이 서서 견디고 원래 이런 거라고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인생이라면... 여하튼 나는 그로부터는 벗어나긴 어려울 텐데... 

힘들면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로부터 가끔씩 위로를 받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