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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 젊은이들이여 분노하라!

"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 본문 중에서-
 

 

94세의 스테판 에셀은 레지스탕스 활동을 거쳐,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후, 인생을 인권과 환경 문제등 사회운동가로서의 열정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인생의 말년을 고요히 보낼 수도 있을 터인데, 그는 유언장과도 같은 이 글에서 '분노하라'고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극복할 수 없이 벌어진 빈부의 격차, 유린되는 인권, 팔레스타인의 비참한 상황들, 약자의 편에 서서 옳바른 사회 정의, 인간다운 삶을 저해하는 모든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분노이다.


가장 옳지 못한 태도는 무관심이다. 불의한 것들이 당장 나와는 상관없다 인식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인식한다 하더라도 나같이 작은 존재가 어찌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일 수도 있다. 나의 작은 힘만으로는 거대한 불의를 어찌해 볼 수 없다는 허탈감이기도 할 터이다. 하지만, 100세에 가까운 고령의 그가 이토록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강건함의 비결은 "분노할 일에 분노하는 것'이라 얘기한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결국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관계 속의 나는 내 이웃과 결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는 자각이 필요한 것이다. 조지 오웰은 [위권부두로 가는 길]에서 말했다. "나의 이 보잘 것 없는 풍요조차도 그들의 착취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라고.


저항과 분노는 어떤 형태로 구현되어야 하는가? 각 개인은 어떻게 불의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저자는 비폭력 저항을 주장하고 있다. 폭력으로 불의에 맞서는 것은 결국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 낼 뿐이다라는 것을 팔레스타인의 테러로 설명하고 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들이 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몸부림으로서의 테러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결국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믿음이다. 변화에 대한 희망을 품고, 느리고 더디지만, 가슴으로 분노하며, 이성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확신이다. 각각의 개인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실천하고 행동하라고 말한다. '창조적 저항 정신'을 말하고 있는데, 구체적 실천 방법의 하나로, 어느 정당을 지지하여 참여하는 것, 특별한 대의를 위해 활동하는 기구, 협회,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있겠다. 행동만이 의식을 고양시키며, 실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 인간으로써 스테판 에셀이 이토록 강건함을 유지하는 이유로 저항하는 정신과 삶에 대한 긍정적 기쁨을 언급한다. 저항과 분노의 정신과 기쁨이라는 단어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인생과 사회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놓지 않고, 결국 더 나아지리라는 진보의 가치를 믿으며 사는 것. 그것이 분노와 기쁨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이 든다. 


시인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라는 시다.


" --- 사랑은 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삶은 어찌 이리 느리며

희망은 어찌 이리 격렬한가! "


시인은 사랑의 아픔과 무상함을 노래하였지만, 스테판 에셀은 이 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희망의 감동을 느끼고 있다. 바뀔 것 같지 않는 모든 옳지 못한 것들을 극복하여 결국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94세의 이 노인을 '뜨거운 젊음'으로 영원히 살게 하는 비결인 듯 하다. 


무엇이 더 가치있는 삶인가? 나는 그리고 당신은 비뚤어진 세상을 향해 부끄럽지 않게 분노하고 있는가? 결국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는 태도와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느끼고 있는가? 

분노하라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스테판 에셀 (돌베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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