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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Book Review <인간의 증명> - 모리무라 세이이치

 

인간은 인간에게 대체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가?

 

쿄 중심부의 호화 레스토랑에서 한 흑인이 칼에 찔려 죽음을 당합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일본의 대도시에서 그는 누구에 의해 살인을 당한 걸까요? 일본과 미국의 형사들은 이 막막한 살인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용의자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단서조차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살인 장소로 추정되는 공원에서 낡은 밀짚모자가 발견이 되고, 흑인을 태운 택시에서 밀짚모자라는 오래된 시집이 발견됩니다. 대체 이 흑인은 누구일까요? 대체 누구를 만나기 위해 뉴욕의 할렘에서 이 머나먼 일본의 땅으로 오게 된 것일까요? 이 낡은 밀짚모자는 이 가엾은 흑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수사가 조금씩 진행이 되면서 이 흑인에 얽힌 놀라운 사연들이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외로운 인간들이 운명의 벽 앞에서 처절히 무너지는 장면들을 따라가면서 가슴은 점점 더 먹먹해 집니다.

 

리무라 세이이치 는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입니다. 이 책 <인간의 증명>은 그의 대표적인 소설이구요. 얼마전 드라마로 소개되었던 <로얄 패밀리>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모두 외롭고 상처 받은 사람들입니다.

어머니는 도망가고 오직 하나의 피붙이인 아버지는 미국 군인들에게 짓밟혀 죽임을 당한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사는 형사 무네스에. 유명 인사인 부모님을 두고, 부족한 것 없이 살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젊음을 허비하여 종국엔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 교헤이, 할렘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며 살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하며 살아왔고, 그러나 결국 그 어미에게조차 버림받은 조니. 할렘에서 태어나 할렘을 담당하는 형사였지만, 그 역시 젊은 시절 표출할 수 없던 분노로 인생을 망가뜨렸고, 그 악연의 끝으로 비극을 맞이하는 . 사랑하는 아내를 지킬 수 없었던 나약한 남자 오야마다, 오야마다의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저버릴 수 없었던 남자 니미. 자신의 피붙이를 사랑했지만, 자신이 쌓아온 명성과 행복을 버릴 수 없어 비참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교코.

 

두가 가슴에 상처를 부여 안고, 삶을 겨우겨우 살아내는 사람들입니다. 운명이 빚어내는 처참한 상황 앞에 그들의 삶도 무너져 내립니다. 왜 서로를 용서하지 못했을까요? 그렇게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을까요? 어찌할 수 없는 극단의 상황 앞에서 인간은 두려움에 떱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죄악 앞에서 인간은 번민하고 고통스러워 합니다. 어찌되었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 순간. 그들은 악마의 손을 잡았습니다. 자신의 양심으로부터 멀리 도망가 버렸고, 인간의 본성을 저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강변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정말 그 방법 이외엔 다른 길이 없었다고.

 

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인간이기에, 상처받고 외로운 인간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들도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사랑 받고 싶었던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간절히 손을 내밀었고, 누군가 그 손을 잡고 자신을 일으켜 주길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외면 받았고, 추운 세상에 홀로 덩그라니 내버려 졌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고. 나는 철저히 버림당하고 능욕당했기 때문에, 내 삶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렇지만,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절대로 저버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예의이고,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입니다. 누구나 운명의 벽 앞에 설 수 있습니다. 달아날 곳 없이, 결국은 온 삶으로 강변해야 하는 그런 순간이 우리에게도 올 수 있습니다. 그 절명의 순간, 우리는 어떻게 결정해야 하나요?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도 우리가 인간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되지 않을까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것들은 끝끝내 지켜내야 하지 않을가요?

 

지만, 쉽사리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그가 아니고, 우리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직접 그 상황을 겪어내지 않았기에 우리는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답답하고 먹먹합니다.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해 내려는 그런 시도들이 결국엔 힘없이 무너지고 말 것 같아서 두렵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증명

저자
모리무라 세이이치 지음
출판사
해문출판사 | 2003-05-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도쿄 중심부에 있는 어느 호텔의 호화 레스트랑에서 한 흑인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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