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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이방인] - 알베르 카뮈 : 부조리한 인간의 심상을 말하다.

" 그처럼 죽음의 가까이에서 어머니는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를 했던 게 틀림없다. 누구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눈물을 흘릴 권리가 없다."
[이방인] 중에서

세상은 부조리하다.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인간 역시 부조리하다.
나는 나의 운명 앞에 솔직해 져야 하고, 그들 모두 그러해야 하리라.
그러니, 나와 그들은 모두 각자의 세계를 소유하며,
그 각자의 세계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는 터이다.

나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 태연했다.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고, 죽음 또한 그러하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다 가셨다.
그것이 다다.

나는 미칠듯한 더위 탓에 시원한 물줄기가 간절했고, 날카로운 칼날의 눈부심이 태양의 뜨거움과 융합하여 나를 고통스럽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사람을 죽였다.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모든 것이 그러해야 했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불행한 일이었으나,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고, 태양이 너무 뜨거웠을 뿐이고, 내 주머니에 우연히 총이 쥐어져 있을 뿐이었다.

세상은 내가 어머니의 죽음 앞에 태연했고, 어머니 장례 다음 날 아름다운 여자와 영화를 보고, 함께 잤기 때문에, 그리하여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나는 그러한 인간이라 단정지었다. 그들은 내 영혼을 파헤쳐 가며, 나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리하여 내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나는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이 모든 부조리 앞에 해방감을 느꼈다.

' 나는 이 징후들과 별들이 가득찬 이 밤 앞에서 처음으로 이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 (중략) 마지막 생의 극치를 위하여 내가 덜 외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끔 내 사형이 집행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증오에 찬 고함 소리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 분이다.'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내 숙명이 그러했으므로.
내 자신과 더불어 모든 이들이 그 숙명의 특권 앞에 어찌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을 다 받아들이니,
이제야 평화를 찾는 듯 하다.
나는 이 세상에 불만이 없다.
다만 그들도 내게 그러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방인
카테고리 소설 > 소설문고/시리즈
지은이 카뮈 (청목,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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