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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 조셉 M. 마셜3세 : 인디언의 삶을 배우다.

" 우리의 동물 이야기들 중의 상당수는 동물들을 '엘크 사람들', 곰 사람들', 새 사람들' 등으로 지칭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동물들을 의인화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에서 '사람들'이라는 말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혈연관계, 이런 관계 개념은 또한 대생명계 속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 - 맺는 말 중에서
 


인디언의 삶은 자연과 닿아 있다. 

대지를 어머니 삼아, 모든 것에 감사하며, 뜨겁고, 진솔되게 살아간다. 

백인들과의 싸움에서 져서 원주민의 지위를 박탈당한 채, 지정된 거주 지역에서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은 채 살아가는 그들.. 그들의 긍지는 땅에 떨어졌고, 하늘과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그들의 자유도 잃어버렸다. 하지만, 면면이 이어져 오는 그들의 정신, 삶을 관통하는 지혜는 단절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양의 정신을 대변한다. 반면 인디언 라코타 민족의 신화는 그들의 정신을 대변한다. 원래 난 신화에 그리 관심이 없다. 그것들이 전하는 상징성은 너무 뻔하다. 그리스로마 신화로 대변되는 서양의 그것은 그래서 식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전하는 라코타 신화들은 너무도 생경하면서도 신선하며, 가슴을 치는 반전이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었다. 사라져가는 종족에 대한 알싸한 아픔 같은 감정이 솟아 오르게 된다. 미국 서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호전적인 인디언의 모습을 당연한 거라 받아 들였던 어린 시절의 어리석음이 부끄럽다. 이제는 세상이 변해 '늑대와 춤을'을 통해 그들의 영혼을 어설프게나마 어루만지고 있고, '아바타'에서도 외계인의 모습을 한 인디언의 정신을 찬양하고는 있지만, 그 중심에는 서양의 자존심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사냥을 통해 연명을 하면서도, 죽임을 당하는 존재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는 고결한 정신. 소유보다는 나눔을 통한 끈끈한 결속, 담대함과 용기를 통해 그들의 영혼은 구원을 받는다. 인간 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들이 모두 가족이라는 확장된 혈연 정신은 그들을 겸허하게 만들었고, 척박한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역사를 구축하였다. 화려한 건축과 문명을 세우지는 못하였으나, 소박한 삶 속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삶을 선택했던 민족. 

이제 인디언의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음에 가슴 아프다. 


"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즉 붉은 길과 검은 길. (중략) 두 가지 선택 가능성을 상징한다. 붉은 길은 좋은 길, 좋은 측면, 올바른 선택을 뜻한다. 그것은 갖가지 위험과 장애물들이 잔뜩 널려 있는 좁은 길이어서 여행하기가 아주 어렵다. 검은 길은 나쁜 길, 나쁜 측면, 잘못된 선택을 뜻한다. 그 길은 넓어서 여행하기가 아주 수월하다."


인생의 선택의 순간, 이것처럼 명료한 지혜를 알 지 못한다. 인생은 여행이다. 인생의 목적은 옳은 길을 선택하며, 자신을 순수히 자신대로 후회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좁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여행길을 통해서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붉은 길이고, 그것이 옳은 길이다.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꿋꿋함.. '할머니의 길'은 찾기 어렵지 않다. 그 길은 우리 삶의 모든 다른 길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아마 승리가 늘 가장 강한 이들이나 가장 빠른 이들에게만 돌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 늙은 여자의 개 이야기 중에서..


인생의 승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때로는 '할머니의 길'을 걷는 것이다. 꿋꿋함, 초심을 잃지 않고, 원칙을 따르는 것.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것. 그것이 인디언 민족의 '할머니의 길'이며, 승리의 원리이다. 


겸허함, 인내, 존경, 명예, 사랑, 희생, 지식, 연민, 용감함, 꿋꿋함, 너그러움, 지혜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다양한 신화 속에서 살아감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사라져 가는 민족이 이 땅 위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는 지를 슬프게 노래하고 있다. 


바람이너를지나가게하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조셉 M. 마셜 3세 (문학의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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