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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빼앗긴 대지의 꿈] - 장 지글러 : 서양의 원죄와 인간의 권리를 말하다

" 어떻게 하면 서방 세계에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자신이 입으로 내세우는 고유한 가치들을 행동을 통해서도 존중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반구 주민들을 증오로부터 무장해제시킬 수 있을까? 어떤 구체적인 조건이 마련되어야 대화가 시작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갈등에서 벗어나 회기애애하고 정의로우며 서로의 정체성과 기억,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까? "
[빼앗긴 대지의 꿈] 들어가는 글 중에서..

 

 


장 지글러의 책은 언제나 도전적입니다. [탐욕의 시대]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서 서양세계의 적나라한 실상과 추함을 고발하였고, 남반부 인류의 슬픔과 증오를 세상에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의 세번째 책은 서양의 원죄를 고발합니다. 선교와 봉사, 문명의 확산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진 식민지화는 남반부 인류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드렸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남아메이카의 빈곤과 박탈감은 그들 스스로의 게으름과 민족성에 기인한 바가 아니라, 서양의 식민지화가 낳은 구조적인 결과라고 부르짖습니다. 

비록 지금은 대부분 독립을 이룬 국가이지만, 여전히 서양은 더 교모한 방법으로 그들의 삶을 궁지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그들은 남반부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무장해제 시켜 버렸습니다. 소수의 부패 권력과 결탁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거대 자본과 서양의 국가들로 인해 남반부의 인류는 그 궁핍함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반부 국가들의 사람들이 서양에 대한 증오가 이제 극에 달해 있다고 주장합니다. 스스로의 과거를 인식하고, 거대한 불의 앞에 잊혀졌던 분노의 감정이 이제야 솟아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 여기 저기서 이런 국가들의 반서양 감정들은 테러와 폭력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장 지글러는 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하나의 길을 어렴풋이 발견해 내고 있습니다. 볼리비아의 새로운 정부는 스스로의 자존을 지켜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계 이곳 저곳에서 민족주의의 외침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타인에 기댄 삶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법. 그것이 스스로를 진정으로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서양의 처절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저질렀던 2~300년간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서로 결코 만나지 못하는 사다리의 두 축처럼 영원히 합의와 평화는 요원할 일이 될 터입니다. 자본주의, 세계화는 그들만의 위한 교모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이들에게 이것은 공평한 게임이 아닙니다. 출발점이 다르므로, 이 룰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만, 진정 서로를 향한 이해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버트런트 러셀이 2차 세계대전 종식 후에, 제 1차 군축회담을 지켜보면서 한 말로 이 책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말한다.
당신의 인류애만을 기억하고 나머지는 모두 잊어라.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회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신 앞에는 모두의 죽음이라는 위협이 가로 놓이게 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합니다. 그 속에 뜨거운 감정을 간직한 채, 행동으로 스스로의 정의를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조지 오웰은 이렇게 말합니다. 

"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런 얄팍한 안락마저도 그들의 착취와 억압과 불공정한 처우에 기대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빼앗긴대지의꿈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지은이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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