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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Book Review [협동조합, 참 좋다]

 


협동조합 참 좋다

저자
김현대 지음
출판사
푸른지식 | 2012-07-1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세계 협동조합 기업의 생생한 현장 취재 보고서!『협동조합 참 좋...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Enterprise)을 통해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association)이다.”

-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선언문

 

우리가 사는 동네를 둘러 보세요.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운영되는 가게나 상점들이 얼마나 되나요? 빵을 사려고 하면, 대부분 <뚜레쥬르> <빠리바게트>입니다. 그 많던 동네 빵집들은 거의 문을 닫거나, 거대 프랜차이점의 가맹점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뚜레쥬르> <빠리바게트> 빵 맛있습니다. 서비스도 좋고, 포인트도 쌓이고.. 그런데, 세상엔 <뚜레쥬르> <빠리바게트> 빵 밖에 없는 건가요?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습니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은 세상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동네 빵집은 애초에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었죠. 이런 말도 합니다. 어차피 자본주의 세상이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세상이다. 개인 빵집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전문가로서 더 나은 서비스와 맛을 만들어 내지 못하니,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겠는가 라구요. 맞는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틀린 얘기가 아니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다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그런 경제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생활을 영위하는데 충분한 이득을 합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이 수정자본주의라 부르던, 인본적 자본주의라 부르던, 혹은 사회주의라고 부르던 여하튼 적자생존의 틈바구니 속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의 경제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식회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 [협동조함, 참 좋다]에서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협동조합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우리의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인 <이페르콥>은 협동조합 기업입니다.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자본을 출자해서 협동조합을 만들어진 기업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이마트>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이익은 대부분 주주나 기업주에게 돌아가는 반면, 협동조합 <이페르콥>에서 발생되는 이익은 수많은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고, 또 일정 금액을 적립금으로 전환하여 <이페르콥>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재투자가 됩니다. 소비자들도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되면, 많은 할인 혜택과 연말에 투자한 금액에 따라 수익금을 받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조합원이 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에 의해서 운영되는 협동조합은 이익만을 좇아서 운영되는 주식회사와 달리 상생의 목적에 충실한 모습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가격적인 면에서, 품질적인 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은 많은 나라들에서 협동조합은 매우 흔한 형태의 기업이고, 많은 분야에서 엄청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에너지사업, 낙농업, 소매업, 교육, 보건 등 협동조합이 없는 분야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죠.

 

협동조합의 가치는 이렇습니다. 협동조합에는 주주가 없기 때문에, 이익을 배당하지 않습니다. 사업에서 발생된 잉여금은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거나 재투자되고 또는 지역사회에 환원됩니다. 또한 협동조합은 자본에 의해 운영되지 않고, 조합원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11표의 원칙으로 민주적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기존의 기업들에 비해 지향점 자체가 다릅니다. 영국 스털링대학 교슈인 존스텀 버챌 교수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이렇게 표협합니다.

 

협동조합은 인간의 필요를 추구하지, 탐욕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인간적인 기업형태, 상위 1%가 아닌 99%를 위한 시스템, 탐욕과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협동과 상생, 그리고 지속가능한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제도. 이것이 바로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이란 개념자체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도 올해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다섯 명만 모이난 누구나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된 셈이죠. 앞으로의 과제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기업이라고 하면, 주식회사나 벤처, 그리고 동네 개인사업 정도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른 형태의 기업이 존재하고, 또한 이런 형태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믿음과 전환이 필요합니다. 혼자 하면 불가능한 일들도 여럿이 함께 모이면 강력해 집니다.

 

투자자 소유 기업이 절대로 흉내내지 못할 것은 협동조합의 공평, 공정, 협동, 사람 중심의 가치입니다. 다시 빵집으로 돌아와 볼까요? 동네 빵집 주인들이 힘을 합쳐서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겁니다. 공공의 브랜드를 만들고, 재료를 공동 구매해서 단가를 낮춥니다. 다양한 상품들을 협력하여 개발하고, 마케팅도 함께 만들어 가는 겁니다.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지역 주민들과 밀착된 사업을 벌여 나가면 점차 신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를 조합원으로 참여시키는 겁니다. 작은 돈이지만, 스스로 참여한다는 것은 엄청난 동기를 만드는 힘입니다. 이렇게 만들어 나가는 동네 빵집의 협동조합이 <뚜레쥬르> <빠리바게트>를 이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협력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