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책은 도끼다]- 박웅현 / 잠자고 있는 당신의 감성을 깨우라.

잇츠맨 2012. 3. 19. 16:57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책은 도끼다] 중, '카프카'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입니다. 
박웅현은 우리에게 '다독 컴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야 좋겠지만, 내가 이 정도로 많이 책을 읽는다는 자만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울림'이 없는 책을 아무리 읽어 봐야 남는 것은 지적 허영 밖에는 없다는 거죠.
하나의 책을 읽더라도, 그 책에서 얼마나 강렬한 느낌을 받았으며, 그 몇 몇의 문장이 가슴 속에 남고 무뎌진 감각을 세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만드는 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일침합니다.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름의 성공과 의미를 향해 나아갑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귀착은 행복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죠. 그런데,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요? 박웅현은 이렇게 말합니다.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 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주는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인 겁니다. ...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 때문입니다.'

행복한 삶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순간에 충실하는 것. 그 순간에 보이지 않는 행복들을 찾아가는 것. 그런 런 것들이 내 삶의 목걸이에 진주처럼 쌓여서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는 겁니다. 
그리하여 이런 말도 합니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옳은 얘기입니다. 지금 자신의 주의를 살펴보세요. 죽음을 앞둔다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질까요? 그런 것들을 행복이라 생각하지 못하였기에, 인생의 말미에 후회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찾아내는 눈은 어떻게 배워야 하나요? 그런 감각을 바로 '책'을 통해서 익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책이야 말로 '도끼'가 되는 것이지요. 굳어있는 감각을 깨워서, 아! 이런 것들이 내 삶 속에서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각성하게 되기위해 감각의 천재들이 발견한 글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그 예로 '김훈', '알랭 드 보통', '고은' '김화영' '알드레 지드' '밀란 쿤데라'를 이야기 합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으면, 읽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 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만 기억하면 될 책이 있는 반면, 한 문장 하나 하나를 꾹꾹 눌러가며 읽어야할 책들이 있습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문장 하나를 소개해 볼까요?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앗!'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여름에 늘 먹는 수박을 보면서, 이런 감성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감각의 촉수를 뻗어 일상의 모든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천재적인 감각을 가질 순 없겠지요. 하지만 배우면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긴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요? 앞서 얘기했 듯이,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풍성해 지는 것은 순간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삶은 살아갈 만한 것이 된다는 것이죠.

3월의 중순이 지나고 있습니다.
예전같지 않은 늦추위에 봄이 더디오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녹은 땅 언저리 햇살 잘 스며드는 곳에서 푸른 새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것들이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립니다.
새로운 생명입니다.
늘 다시 오는 봄이지만,
이번만은 늘 같은 봄이 아니기를.
그것이 우리에게 오늘 완벽한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이기를 고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