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 지난 금요일(5월 22일, 현지시간) 텍사스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 V3, 12차 시험 발사가 있었습니다.
-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시험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한 장면이긴 합니다만, 이번 발사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발사 이틀 전,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투자설명서를 전격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무려 거의 2조 달러로 책정되었고, 이번 IPO를 통해서 조달하려고 하는 금액은 750억 달러, 약 112조원에 이르는 역사상 최대의 IPO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 기업공개 전에 자신들의 가치를 최대한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이번 스타십 V3 발사가 중요하기도 했지만, 이번 발사 자체가 가지는 의미도 꽤 크다고 보여집니다.
- 그래서 오늘 수요레터에서는 이번 스타십 발사의 내용들을 살펴보고, 스페이스X의 IPO의 의미를 한 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가장 강력한 로켓
- 스타십 V3는 총길이 124m로 현재까지 역대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우주 발사체로 기록될 것 같은데요.
- 실제 화물이나 우주인을 태우는 본체인 스타십과 1단 로켓 부스터를 나눠서 설명해야할 것 같습니다.
- 1단 부스터인 ‘슈퍼헤비(Super Heavy)’와 그 위에 올라가는 상단 우주선 ‘스타십(Starship)’로 구분되어 있는데, 전체 무게로 보면 추진제만 5,000톤 이상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 슈퍼헤비는 지구 중력을 뚫고 나가는 발사체입니다. 이륙 시 추력은 약 1,800만 파운드, 약 820만 kg에 달하는데, 이전 세대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라고 하죠. 메탄 연료를 엔진으로 보내는 내부 이송관의 지름이 약 3.7m로, 이전 팰컨9 1단 전체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부스터 위쪽의 방향 조절용 그리드핀은 4개에서 3개로 줄었지만, 개별 크기를 키워 공기역학적 효율을 높였습니다.
- 그 위의 스타십 우주선은 실제로 화물과 사람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부분입니다. 달, 화성, 그리고 궤도 데이터센터 같은 미래 임무가 모두 이 상단부의 몫입니다.

랩터3 엔진
- 이번 스타십 V3 발사의 의미 중에 차세대 랩터3 엔진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랩터3가 사용되었는데요.
- 슈퍼헤비 부스터에는 랩터3 엔진 33개가 클러스터로 묶여 있고, 상단 스타십에는 해면용 3개와 진공용 3개, 총 6개가 들어갑니다. 합치면 한 로켓에 39개의 렙터3 엔진이 이번 발사에 사용되었습니다.
- 랩터3가 놀라운 건 단순히 추력이 커졌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추력은 280톤에서 330톤으로 18%가량 증가했지만, 정작 머스크가 자랑하는 핵심은 ‘단순화’입니다.

- 기존 랩터2까지는 엔진 바깥에 복잡한 배관과 단열재, 열차폐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랩터3는 이 모든 것을 엔진 내부로 집어넣었습니다. 열차폐물 자체가 필요 없어졌고, 화재 위험도 제거됐죠.
- 그 결과 엔진 무게는 랩터1의 2톤에서 랩터3의 1.5톤으로 25% 줄었고, 제조 단가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추력 대비 무게비가 좋아진 건 덤이죠.
- 단순화가 왜 그렇게 중요하냐면, 39개의 엔진을 동시에 통제하는 일이 기계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엔진이 복잡할수록 변수가 늘어나고, 한두 개만 오작동해도 전체 로켓이 위험해지죠.
- 머스크가 ‘부품을 줄이는 것이 최고의 부품’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타십 V3 발사의 의미
- 그럼 이번 발사는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이고, 무엇을 이뤘을까요?
- 이번 12차 시험비행의 핵심 임무는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 첫째, 모의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 20기를 정해진 궤도에 올리는 것. 둘째, 우주 공간에서 랩터 엔진을 다시 점화해 보는 것. 셋 째, 스타십 상단이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인도양 목표 해역에 안착하는 것. 넷째, 슈퍼헤비 부스터를 발사 후 회수하는 것이었죠.
- 결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됩니다. 위성 배치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스타십 상단은 인도양에 안착했습니다. 슈퍼헤비 부스터도 분리 후 멕시코만에 안정적으로 입수했죠. 멕시코만에 착륙하면서 스타십이 폭발하는 장면 때문에 실패로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던데, 해당 장면은 미리 의도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테스트 데이터를 얻기 위해 바다 위에 착륙을 시도한 거고, 정상적으로 착륙을 확인 한 이후에 넘어지면서 폭발로 유도했다고 하네요.
- 다만 부스터를 발사대로 회수하는 데는 실패했고, 일부 엔진 재점화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그래도 발사 전 가장 중요하게 봤던 ‘핵심 미션’은 모두 달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 스타십은 NASA의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에서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NASA의 아르테미스 3호(2027년 지구 궤도 테스트)와 4호(2028년 유인 달 착륙)는 모두 스타십 V3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발사를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성공이 한 발짝 더 다 나갔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스페이스X는 이제 독보적인 우주 비행 기술을 가진 회사가 되었습니다. 어느 국가 단위에서도 스페이스X의 기술 역량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미국조차 말이죠.
- 그래서 이번 스페이스X의 IPO 공개가 그만큼 뜨거운 이유입니다. 그런데 스페이스X의 IPO 투자설명서의 내용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스페이스X의 IPO 규모
- 먼저 이 IPO의 규모부터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 조달 목표 금액은 7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2조 원입니다.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는 1조 7,500억 달러, 약 2,635조 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이게 어느 정도냐면, 2019년 사우 디 아람코가 290억 달러를 조달하며 세웠던 역대 최대 IPO 기록을 두 배 넘게 갈아치우는 규모입니다.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 종목코드는 SPCX, 나스닥과 나스닥 텍사스에 동시 상장되구요. 6월 4일부터 투자자 대상 로드쇼가 시작되고, 빠르면 6월 12일 첫 거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 실적도 나쁘지 않습니다. 2026년 3월 말 기준 누적 7,400톤의 화물을 궤도에 운송했고, 팰컨 로켓의 임무 성공률은 99%에 달합니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발사 중 6분의 5를 스페이스X가 담당하고 있죠.
- 2025년 매출은 186억 7천만 달러, 영업손실은 25억 9천만 달러였습니다.

투자설명서의 비젼
- 사실 여기까지는 사실 크게 놀라울 것이 없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IPO를 한다, 그 정도 얘기죠.
-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36페이지짜리 투자설명서 속에 있습니다.
- 보통 투자설명서는 시장 점유율, 수익 모델, 경쟁 우위, 리스크 같은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투자자가 이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할 수 있도록 돕는 문서죠.
- 그런데 스페이스X의 투자설명서에 적힌 회사의 미션이 남다릅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을 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달과 여타 행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
- 회사의 목표로는 다행성 문명을 구축하겠다, 우주 기반 컴퓨팅 네트워크를 만들겠다, 장기적으로는 소행성 채굴 산업 진출도 검토하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 이런 IPO 투자설명서는 처음일 겁니다. 이게 투자설명서인지, SF 소설 속의 어느 우주 기업의 소개서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 "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가슴을 두드리는 웅장한 선언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스페이스X의 독보적인 성과와 일런 머스크의 방향성을 종합해 보면 이런 투자설명서가 그냥 허투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놀라운 미션을 던져주고 시장이 이에 대해 반응한다면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죠.
화성에 100만명을 이주시키면 보상 받을께
- 더 흥미로운 건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입니다.
- 머스크의 기본 연봉은 5만 4,080달러입니다.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수준이죠. 그런데 이사회는 지난 1월 머스크에게 10억 주 규모의 클래스B 제한 주식을 부여했습니다.
- 이 주식이 베스팅되는 조건이 흥미롭습니다. 1차 조건은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이 7조 5천억 달러에 도달하는 것, 그리고 화성에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영구 식민지가 건설되는 것입니다.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2차 조건도 있습니다. 3억 200만 주가 추가로 베스팅되는데, 연 100테라와트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 보통 원자력 발전기 1기가 통상 1기가와트 (1GW)를 생산하니까, 100테라와트(TW)는 원전 10만 기 규모라고 보면 됩니다. 우주는 데이터센터 구축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머스크는 우주에 원자력 발전소를 10만개를 지워보겠다는 미션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생각의 사이즈가 다르네요.
- 둘 다 달성할 경우 머스크가 받는 보상은 총 7,600억 달러, 약 1,150조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블룸버그 추산). 참고로 머스크의 현재 순자산이 약 7,220억 달러로 세계 1위인데, 자신의 자산만큼을 한 번 더 받게 되는 셈이죠. 이미 1위인데, 2배가 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지는 모르겠습니다.
- 회사 자체 감사인의 평가에 의하면 이 두 조건 모두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적시했습니다. 보상 패키지 전문가 댄 월터는 이를 두고 “머스크가 살아있는 동안 화성 식민지를 실현하는 건 거의 공상과학에 가깝다”고 평가했죠. 스스로도 보상받기 쉽지 않을껄 하고 인정하는 건데.
- 그런데 왜 머스크는 이런 사실상 일어나기 어려운 조건의 보상 패키지를 굳이 명시한 걸까요?
- 첫째, 의결권 확보 장치입니다. 이 보상으로 머스크가 받게 될 주식은 모두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가진 슈퍼 의결권 클래스B 주식입니다. 테슬라가 비슷한 구조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부분인데, 이런 보상 구조는 사실 “머스크가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합니다. 보상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통제권을 더 굳히는 합법적 통로인 셈입니다.
- 둘째, 회계 부담이 없습니다. 회사 자체 감사인이 “실현 가능성 희박”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스페이스X는 회계상 주식 기반 보상 비용을 지금 인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천문학적 약속을 손익에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거죠.
- 셋째,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보상이 ‘비전 그 자체’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회사의 미션과 CEO의 인센티브를 한 묶음으로 만들면, 투자자는 단순히 위성 사업이나 발사 매출에 베팅하는 게 아니라 ‘화성에 도시를 짓는다는 이야기 전체’에 베팅하게 됩니다. 머스크 본인도 이 비전을 떠날 수 없게 묶이는 효과까지 따라오죠.
- 보상액 자체보다는 이야기와 비젼을 팔려는 의도입니다.
해고할 수 없는 CEO
-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지배구조입니다.
- 일반 투자자가 사게 되는 클래스A 주식은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습니다. 반면 머스크와 소수 내부자가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은 1주당 10표의 의결권이 부여됩니다.
- 이 구조 덕분에 머스크는 상장 이후에도 의결권의 85.1%를 보유합니다. 주요 경영진까지 포함하면 86%에 이르죠.
- 투자설명서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주주라 하더라도 머스크 CEO를 해고할 수 없으며, 법적 청구는 반드시 중재(arbitration)를 통해서만 진행할 수 있다고 말이죠.
-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장은 하되, 통제권은 그대로 유지한다. 자본은 받되, 권력은 나누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1인 회사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비전과 권력 사이
- 이번 스페이스X의 IPO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한편으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비전이 있습니다. 화성에 도시를 짓겠다는 회사가 있고, 이미 124m짜리 로켓이 실제로 날아올랐고, 전 세계 위성의 75%를 한 회사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다행성 종족이 되는 미래를 진지하게 사업 계획서에 적어내는 회사. 분명 이런 회사는 흔하지 않죠.
- 다른 한편에는 한 사람이 가진 의결권 85%에 이르는 거대 주식회사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해고할 수 없는 CEO, 화성을 조건으로 한 1,150조 원 규모의 보상. 한 개인이 다다를 수 있는 권력과 비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묻게 만드는 현상입니다.
- 그런데 아마도 이 IPO가 결국 머스크가 그리는 방향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 사람들은 작은 이야기보다 큰 이야기에 끌립니다. 시장 점유율 몇 퍼센트, 영업이익 몇 억 달러 같은 숫자보다 ‘화성에 도시를 짓겠다’는 문장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머스크는 이런 일에 아주 능하죠. 사람들이 무엇에 흥분하고 무엇에 지갑을 여는지를 정확히 아는 인물입니다. 뉴스에서 보이는 돌발행동이나 사상들을 마음에 별로 들지 않지만, 거대한 비젼을 만들고, 그걸 실제 이뤄나가는 놀라운 인물인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

-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모가, 놀라운 비전과 함께 시작될 예정입니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참고로 국내에서 개인이 스페이스X 공모에 참가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 공모는 어렵겠지만 상장 후에 한번 추이를 보면서 저도 역사적인 우주 기업의 작은 주주가 되어볼까도 한번 고민하고 있습니다.
- 우주는 직접 가지는 못해도 이렇게라도 우주 여행에 참여할 수는 있겠죠.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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