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엔돌핀 <수요레터>

보안 취약점의 아마겟돈이 열렸다🔥

잇츠맨 2026. 4. 16. 14:37

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 혹시 넷플릭스 드라마 <제로 데이(Zero Day)> 보셨나요? 로버트 드 니로가 전직 미국 대통령 역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던 정치 스릴러입니다. 미국 전역의 전력망과 통신망이 단 1분간 마비되고, 그 짧은 순간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교통 신호가 꺼지고, 3,402명이 사망합니다. 그리고 모든 휴대폰에 이런 메시지가 뜨죠. "THIS WILL HAPPEN AGAIN(이런 일이 또 일어날 것이다)."
  •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제로 데이>라는 취약점 공격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로는 저렇게 심각하게 국가 기간망 전체가 타격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죠. 

출처 : 넷플릭스

 

  • 그런데 이번 주, AI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가 하나 터졌습니다. 앤트로픽에서 AI 모델 Mythos(미토스)를 새롭게 공개했는데요. 놀라운 건 이 AI 모델이 이전의 모델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보안의 취약점을 찾는데 엄청난 능력을 보여줬다는 데 있습니다.
  • 오늘 수요레터에서는 앤트로픽이 공개한 AI 모델 'Mythos(미토스)'가 사이버보안 영역에서 어떤 의미와 영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려 합니다.
  •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제로데이, 그게 뭔데?

  • 먼저 '제로데이(Zero-day)'라는 개념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 소프트웨어에는 개발자조차 모르는  보안 결함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결함을 '취약점(vulnerability)'이라고 부르는데요. 개발자가 이 결함의 존재를 인지한 날이 '0일째'입니다. 즉, 방어할 시간이 단 하루도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제로데이(Zero-day)'입니다.
  • 해커가 이런 결함을 개발자보다 먼저 발견하면 어떻게 될까요? 방어자가 대응할 시간 자체가 없으니,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당하게 됩니다. 사이버보안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종류의 위협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 그동안 제로데이 취약점을 찾는 일은 고도로 숙련된 보안 전문가들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국가 정보기관 수준의 자원과 인력이 필요한, 소수 보안 전문가들만의 영역이었죠.
  • 그런데 바로 이 판을 AI가 뒤집어 놓은 겁니다. 

 

 

Mythos 미토스, 해커보다 해킹을 잘하는 AI

  • 지난 4월 7일, AI 기업 앤트로픽이 'Claude Mythos Preview'라는 새로운 AI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모델 출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 앤트로픽이 이 모델은 너무 강력해서 일반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Mythos가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게 엄청난 능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 2019년 OpenAI가 GPT-2를 안전 우려로 보류한 이후, 약 7년 만에 주요 AI 기업이 모델 공개를 거부한 첫 사례인데요.
  • 대체 Mythos의 능력이 어느 정도였을가요? 

 

  • 앤트로픽은 Mythos가 모든 주요 운영체제(Windows, Linux, macOS 등)와 웹 브라우저에서 수천 건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자율적으로 발견했다고 보고했습니다.
  • 보안으로 유명한 운영체제 OpenBSD에서 27년간 그 누구도 찾지 못했던 취약점을 찾아 내기도 했구요.
  •  영상 코덱 FFmpeg에서는 500만 번의 자동화 테스트에서도 검출되지 않았던 16년 된 결함을 발견했습니다.
  • 더 놀라운 것은 단순히 취약한 구멍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Mythos는 여러 취약점을 연쇄적으로 엮어 실제로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공격 코드까지 스스로 작성했습니다. 한 사례에서는 웹 브라우저의 4개 취약점을 연결해 보안 장벽 두 겹을 동시에 뚫어버렸습니다.

 

  • 이전 최고 모델(Opus 4.6)은 같은 조건에서 수백 번 시도 중 단 2번만 취약점을 찾아내는데 성공했을 뿐인데 반해, Mythos는 무려 181번이나 성공했습니다. '조금 더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도약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 기존에는 국가 정보기관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했던 정교한 해킹 능력이, 이제는 AI 모델 하나로 구현 가능해진 겁니다.
  • 보안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 앤트로픽의 일반 엔지니어가 Mythos에게 "밤새 취약점 좀 찾아줘"라고 요청하고 아침에 출근했더니, 완성된 공격 코드가 올라와 있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상상으로만 했던 우려가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지점에 거의 다다른 느낌입니다. 

  

 

Project Glasswing — 방어자에게 먼저 시간을 주다

  • 이런 위험한 능력을 가진 모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앤트로픽은 이 모델을 숨기는 대신, 방어에 먼저 쓰기로 결정합니다. 
  • 'Project Glasswing(글래스윙 프로젝트)'이라는 이름으로, AWS, Apple, Microsoft, Google, NVIDIA, CrowdStrike 등 세계 최대 기술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 기업들에게 Mythos를 먼저 제공해서, 자사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고 패치할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전략입니다.
  • 앤트로픽은 이 프로젝트에 1억 달러(약 1,400억 원)의 모델 사용 크레딧과 오픈소스 보안 단체에 40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약 40개 추가 조직에도 접근 권한을 확대했고요.
  • 핵심 논리는 명확합니다. 유사한 능력의 AI 모델이 6~12개월 내에 다른 곳에서도 등장할 것이므로, 그 전에 방어자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이 강해질수록 방패를 먼저 두껍게 만들어 놓자는 생각입니다. 

출처 : 앤트로픽

 

 

정부가 긴급 소집에 나서다

  • 이번 사태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미국 정부였습니다.
  • Mythos 공개 일주일 전, 부통령 JD 밴스와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주요 테크 CEO들(앤트로픽, OpenAI, Google, Microsoft, xAI 등)과 긴급 온라인 회의를 열었습니다. AI 모델의 보안 위협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는데요.
  • 발표 다음 날에는 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이 월가의 주요 은행 CEO들을 워싱턴 재무부 본부로 긴급 소집했습니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 기업들의 수장들이 모였죠.
  • 이번 긴급 대책 회의는 정책 입안자들이 AI 기반 사이버 리스크를 더 이상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금융 안정성의 심각한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혀집니다.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이 은행 CEO들을 직접 부르는 일은 흔치 않거든요.
  • 보안 전문가 커뮤니티도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Cloud Security Alliance, SANS Institute 등 80여 명의 전문가들이 'Mythos 대비 보안 프로그램'이라는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기업 보안 책임자들에게 90일 이내 추진해야할 행동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비판과 반론 — 정말 그만큼 위험한가?

  • 물론 모든 전문가가 위기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 보안 분야의 원로 브루스 슈나이어는 "앤트로픽의 PR 전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보안 기업 AISLE은 더 작고 저렴한 공개 모델로도 Mythos가 발견한 취약점 일부를 재현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 25년 경력의 보안 전문가 David Lindner는 "취약점을 찾는 것보다 고치는 게 더 어려운 문제"라고 꼬집기도 합니다. 실제로 Mythos가 발견한 취약점의 99% 이상이 아직 패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찾기만 하고 고칠 사람이 없다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태이니 앤트로픽의 노력이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아예 다른 시각에서 의문을 던졌습니다. "보안 우려가 아니라 컴퓨팅 자원이 부족해서 공개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앤트로픽의 이번 주장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 비판자들의 공통된 지적은 이렇습니다. "너무 위험해서 공개 불가"라는 프레이밍 자체가 마케팅 카피가 아니냐는 것이죠. 일리 있는 지적이기도 합니다. 
  •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보안 전문가들은 하나의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이번 모델의 취약점 발견 능력이 이전 모델보다 확실히 뛰어난 것은 사실이고, 이 정도의 능력이 6~12개월 내에 다른 기업들의 AI 모델에서도 보편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은 확정된 셈 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보안의 위협에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3가지 대응 전략

  • 그렇다면 이 새로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세 가지 방향을 고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략 1: 알아 차림 — 위협의 본질을 이해하기

  •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 변화의 성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Mythos가 보여준 것은 단순히 '더 똑똑한 해커 도구'가 아닙니다.
  • 그동안 국가 정보기관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했던 공격 능력이, 이제 소프트웨어 몇 줄로 가능해진 겁니다. 사이버 공격의 진정한 '대중화'의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AI에게 "이 시스템의 약점을 찾아줘"라고 말하면, 실제로 작동하는 공격 코드가 나오는 세상이 열린 겁니다.
  • "우리는 규모가 작으니 해커의 타깃이 아니야"라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공격의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 공격의 대상도 급격히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전략 2: 속도 전환 — '완벽한 방어'에서 '빠른 복구'로

  • 현재 취약점 발견에서 실제 공격까지의 시간이 수주에서 하루 이하로 단축되고 있습니다. 공격 속도가 방어 속도를 이미 추월한 거죠.
  • 이런 환경에서 "모든 구멍을 미리  막겠다"는 전략은 사실 비현실적입니다. "뚫리는 것을 전제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한다"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 제로 트러스트(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아키텍처, 마이크로 세그먼테이션(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구획화), 실시간 이상 탐지 같은 접근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전략 3: 생태계적 사고 — 혼자 지키는 시대는 끝났다

  • 이번 사태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이버보안이 더 이상 개별 기업 보안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 27년 된 취약점이 소규모 자원봉사자들이 유지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우리 모두가 매일 쓰는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있는지를 인식하게 됩니다. 
  • 정부-기업-오픈소스 커뮤니티 간의 협력 체계가 지금 당장 필요하고, 보안을 '비용'이 아닌 '공공 인프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보안 전문가 80여 명이 자발적으로 90일 행동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것은 이런 생태계적 접근의 시작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보안 패러다임 변화의 변곡점

  • 드라마 <제로 데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전직 대통령은 사이버 공격의 진상을 파헤치며 이런 사실을 깨닫습니다. 진짜 위협은 외부의 해커가 아니라, 위험을 알면서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내부의 안일함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 돌이켜보면, 우리는 늘 위기가 터진 후에야 준비의 중요성을 깨닫곤 합니다. 
  • 이번에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요?
  • Mythos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심각합니다. 

 

  • 우리 조직은 보안이 뚫렸을 때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는가?
  • 우리가 의존하는 시스템의 약점을 우리는 알고는 있는가?
  • 보안을 보안 부서만의 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수요일, 한 번쯤 우리의 디지털 안전망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보안의 패러다임이 정말로 완전히 달라지는 변곡점에 서있습니다. 

 

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