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어느 직장인의 오전 풍경
출근을 한 뒤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웃룩을 열고 밤새 들어온 뉴스레터와 몇 가지 칼럼들을 체크합니다. 어제 답하지 못한 이메일에 답장을 쓰기 시작하는데, 슬랙에서 알림이 울립니다. ‘오늘 중간 보고서 어디까지 됐을까요?’ 슬랙을 열어 몇 줄 답하고, 관련 파일을 찾으려 구글 드라이브를 엽니다. ‘이 파일을 어디에 뒀더라?’ 여기 저기 프로젝트 폴더를 찾다가 그때, 구글 캘린더에서 회의 알림이 뜹니다. ‘회의 시간이군’ zoom을 열어 화상 회의에 들어갑니다. 회의하는 도중에 카톡으로 ‘이따 점심 전에 잠깐 통화 가능할까요?’라는 동료의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오케이’ 라고 짧게 답을 합니다. 카톡을 열고 보니 또 다른 메시지들이 들어와 있었네요. 대화창에 들어가면 답을 해야할 것 같아서 일단은 접어둡니다. 회의가 끝난 후 간단히 내용 정리를 하고나니 다시 커피가 땡깁니다. '이러다 커피 중독에 걸리는 거 아냐?'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커피를 뽑아서 자리에 앉으니 회의하는 동안 슬랙의 메시지들과 이메일들이 더 쌓여 있는 걸 확인합니다. 대충 메시지를 훑어 보다가 그제야 다시 원래 쓰던 이메일이 생각납니다. ‘내가 답장을 뭐라고 쓰려고 했었지?’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잠시 생각해 보다 생각이 떠오르고 답변을 쓰려는데, 또 다시 노션 알림이 뜹니다. '이거야 원.. 언제 일하지?'

원래의 몰입상태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하루 일과도 그리 다르지 않지 않나요?
이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는 ‘몰입’에서 쫓겨납니다. 이 현상을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이라고 부릅니다. 작업 중단 → 주의 전환 → 다시 복귀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전환처럼 보이지만, 뇌에게는 상당한 ‘인지 비용’을 요구합니다. 캘리포니아대 글로리아 마크 교수는 연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 번 방해받은 뒤, 원래 작업으로 몰입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 하루 종일 이메일, 슬랙, 캘린더, 문자, 카카오톡, 노션을 넘나들며 우리는 ‘일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도구를 넘나드는’ 데 시간을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집중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말합니다. “집중력은 유한한 자원이며, 우리는 매일 그것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과 사회 시스템이 사람들의 주의를 끊임없이 분산시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집중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결심이 아니라, 주의를 보호하는 구조적 전략입니다.

우리는 원래 게으르지 않았다
RescueTime 분석에 따르면, 지식노동자는 하루 평균 1,200번 이상 앱과 사이트를 전환하며 3~5분마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툴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되지만 그만큼 자주 방해받습니다. Microsoft 실험에선 연속 회의에 참여한 그룹의 스트레스 뇌파가 점차 증가했고, 스탠퍼드 연구는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주의력 저하와 무기력감을 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게으른 것이 아니라, 방해받고 있다.” 이 말이 더 정확합니다.
이렇게 시작해보면 어떨까?
툴을 없애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흐름을 지키는 방향으로 사용 방식을 다시 설계하자는 것이죠. 몇 가지 제안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2시간, 슬랙과 메신저 알림을 꺼두고 몰입 시간으로 정하기
- 문서나 아이디어는 흩어지지 않도록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일하기
- 회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 하루를 시작할 때, ‘꼭 해야할 리스트’를 정리하고 업무의 기준을 정하기
- 사용하지 않는 작업창은 닫기
- 타이머를 활용하여 지금 30분 동안은 이 일만 처리하도록 세팅하기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집중력 향상 아이디어들이 있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집중력의 한계를 스스로 인지하고 멀티태스킹이라는 환상을 접어두는 일입니다. 사용하는 툴은 도와주는 것이어야지, 흐름을 빼앗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집중은 더 강한 의지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방해받지 않을 환경 속에서 비로소 만들어지는 거죠.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끌려다니고 있다고 느낀다면, 여러분의 집중력을 갈아먹고 있는 그 수많은 알림들과 잠시 거리를 두어보는 건 어떨까요?
업무에 쫓기지 않고, 일의 맥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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