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엔돌핀 <수요레터>

실패를 통과하는 일

잇츠맨 2025. 12. 10. 19:00

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실패의 경험을 책으로 내는 일이란

  • 창업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 성공보단 실패할 확률이 더 높죠. 일부 소수만이 성공하고, 대부분 실패한다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게 창업의 현실이죠.
  • 하지만, 아니 그래서 우리는 성공한 이들의 목소리에만 귀기울이게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노하우를 자신에게 적용해서 나도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성공에 대한 이야기들은 세상에 넘쳐 납니다.
  • 그렇지만 실패를 다룬 이야기들은 찾기 어렵습니다. 
  • 하지만, 여기 실패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이가 있습니다. 퍼블리라는 회사를 창업한 박소령 대표인데요.
  • 퍼블리는 가치있는 콘텐츠를 멤버십을 통해 유료로 결재하도록 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시도했던 회사였고, 나름의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 기업이었습니다.
  • 시리즈 B 펀드 레이징을 통해 큰 자금을 확보하여 사업을 확장했지만, 새로 시작한 커리어 사업이 실패하면서 결국 2024년도에 퍼블리는 매각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 박소령은 사업에서 실패한 사람입니다.
  •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낱낱히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겪은 실패의 과정이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실패를 통과하는 일> 입니다.
  • 실패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치부와 아픔을 드러내야 한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험난하고 고난했던 과정을 스스로 대면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버겁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소령은 실패의 자기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따박따박 적어내려 갑니다.
  • 흔치 않은 책입니다.
  •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부분에 감정 이입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창업의 험난한 과정을 겪여야 했고, 그 힘겨움을 누구보다 뼈져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성장과 몰락의 과정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이제 정리해야 겠다.

  •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박소령 대표가 회사를 정리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2023년 그러니까 회사 청산 마지막 1년 전부터 시작합니다.
  • 퍼블리는 결국 시리즈 B 펀드 레이징에 성공해서 큰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데요. 그게 2021년의 일입니다.
  • 박소령 대표는 기존의 콘텐츠 회사에서 커리어 서비스 회사로 전환하기로 큰 결정을 하게 됩니다. 커리어 분야가 훨씬 더 큰 마켓 사이즈를 가진 영역이었고, 비즈니스 밸류도 더 높은 도메인이었기 때문이었죠.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더 큰 물에서 제대로 사업을 펼쳐보자고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그때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 막대한 자금과 리소스를 투자했지만, 커리어 사업부문에서는 좀처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죠. 시간은 흐르고 돈을 말라가는데, 여태 명확한 타깃고객도 찾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시리즈 B의 저주에 갇힌 겁니다.
  • 그 당시의 힘겨움을 견뎌내기 위해 <듄>의 유명한 기도문을 자주 생각하며 읊었다고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움은 정신을 죽이며, 소멸을 불러오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서 흘려보내리. 두려움이 지나가면 마음의 눈으로 그 길을 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없이 나만 남으리

 

  • 박소령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2015년 나는 미디어 / 콘텐츠가 너무 좋았고, 콘텐츠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창업을 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의 나는 엉뚱하게도 채용 사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어쩌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도데체 어디에서부터 잘못 꼬인 걸까?

 

  • 충분한 자금이 모여서 뭐든 해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높아졌을 때, 정작 첫 시작의 초심을 잃어버리고 만 것을 한참이 흐른 다음에야 깨달은 거죠.
  • 위하이어라는 HR 서비스를 접으면서 팀원들과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때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많은 의견들이 쏟아 졌고, 결국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을 ‘계몽’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었구나 하는 후회와 반성을 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 고객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 고 생각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시작이었죠.
  • 아무리 노력해도 사업은 더 나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신념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자괴감 속에서 결국 회사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겠다고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결국 창업도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창업의 10년 과정 속에서 중요한 고비들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 각 챕터의 구조도 독특한데, 챕터의 시작은 당시의 상황들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시간 순으로 정리를 해나갑니다. 그리고는 그 때 상황들을 돌이켜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후회, 그리고 깨달았던 지점들을 풀어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과 깨닮음이 각 챕터의 주제에 맞춰 정리되어 있습니다.
  • 저는 책을 읽으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정리한 각 챕터의 처음 부분들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창업의 시작과 성장, 실패과 견뎌냄의 과정들을 가감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솔직해진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책을 읽다 보면 참 힘겹습니다. 어쩔 수 없이 레이오프를 해야하는 과정도 답답하고 괴롭습니다. 결국 끝을 향해 가는 그 과정도 지난하고 고통스럽구요. 그 힘겨운 시간을 어찌 견뎌 내었다 싶어 짠합니다.
  • 결국 박소령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고,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10년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 10년 동안 박소령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더 큰 시장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일하는 것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잠깐은 할 수 있어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내 인생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하나로 응축한다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깨닫게 된 10년의 여정’ 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 이야기

  • 저 역시 그렇습니다.
  • 7년의 시간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결국 내 핏에 맞는 업은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죠.
  • 아무 것도 모르고 덜컥 창업을 했던 시작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 비즈니스의 소통과 연결이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 어떻게 그렇게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었을까요? 몇 년을 헤매며 내게 창업은 맞지 않아라고 포기하려는 순간 한번의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그건 코로나 였습니다.
  •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세미나나 컨퍼런스가 불가능해 졌고, 온라인 세미나라는 서비스가 엄청난 각광을 받으며 성장했죠. 그렇게 그 기회를 잘 잡아, 사업의 몰고가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 덕분에 사업은 성장했습니다. 직원도 늘었고, 사업장과 스튜디오도 확장해서 압구정으로 이전도 했습니다. 사업 파트너들도 많이 있었고 일은 끊이지 않았죠.
  • 하지만 어느 순간 코로나가 끝났습니다.
  • 코로나가 끝나니 언제 그랬나 싶게 온라인 세미나의 수요가 거의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 웨비나 서비스 운영에만 모든 역량을 쌓아왔던 터라 외주 온라인 세미나 문의가 없어지자 회사의 매출은 순식간에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영업을 해도, 사라진 시장의 수요를 다시 만들어 낼 수는 없었죠.
  •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며, 결국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주 문의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브랜딩만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 그래서 잇츠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물론 그리고도 사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없는 브랜드를 알아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 이 일로 나는 먹고 살 수 있을까? 이 일은 내가 좋아하고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이 일은 나에게 맞는 일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했습니다.
  • 이후의 3년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결국 박소령 대표의 에필로그와 같은 생각입니다.
  •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 과정이 바로 창업의 여정입니다.

 

 

배울 수 있다면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 <실패를 통과하는 일>는 참 좋은 책입니다. 성공이 아닌 실패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누구의 성공과 실패가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그 힘겨운 과정이 결국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발견하는 여정이었음을 깨닫는 마무리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그녀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 실패를 통과하는 그 과정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것이고,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여정은 끝나지 않습니다.
  • 실패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결코 실패는 실패가 아닌 겁니다.

 

 

촌장 드림